🎙️ 지리산활동백과 인터뷰레터 #4 앞으로 십 년이 더 궁금하고 기대되는 곳 하동군 악양면의 <작은 도서관 책보따리> 조성희 · 김난영 씨 장맛비 대신 가늘고 성근 물방울들이 꽃잎처럼 흩날리는 6월 말의 어느 아침. 하동군 악양면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 책보따리 1층 공간은 여남은 명의 여자 어르신들로 빼곡하다. 앞에 놓인 화이트보드며 책상 위에 펼쳐진 공책, 저마다 펜을 쥔 채 뭔가를 읽고 쓰는 모습 등이 여느 학교의 흔한 풍경과 다르지 않다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도서관 관장 조성희(49) 씨가 말하길 그분들 모두는 문해교실 2학년 ‘학생’이란다. “어머님들은 여기를 학교라고 불러요. 주로 한글을 배우지만 미술수업도 받으시죠. ‘내는 몬한다’고 하시면서도 막상 크레파스를 잡으면 얼마나 근사한 작품들을 쏟아내는지 몰라요. 작년에는 다 같이 소풍도 다녀왔어요. 구례에서 피자 만들기 체험하고 남원 광한루에서 그네도 탔는데, 글쎄 어떤 분은 난생처음 소풍이란 걸 와봤다면서 우시더라고요.” 오전엔 학교, 오후엔 놀이터 평일 오전에 열리는 문해교실이 끝나면, 그제야 도서관은 고요해진다.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면과 2층 서가를 가득 채운 책들이 비로소 깨어나는 시간인 것. 이 무렵에 책보따리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주제별로 꽂힌 책등을 눈으로 훑다가 마음에 드는 몇 권을 빼 들고 앉아 찬찬히 책장을 넘겨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느긋한 독서삼매가 그리 오래 허용되지는 않는다. 오후 두세 시부터 이곳은 악양면 초등학생들의 차지가 되어 곧 와글와글한 놀이터로 변하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하면서 놀기도 하고 강사분들이 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요. 어린아이들에게는 동화를 읽어주고, 초등생들과는 연필소묘와 요가, 자수, 심리여행 같은 것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자원봉사 엄마들이 준비해 먹이는 간식은 늘 인기가 많죠. 고학년들은 학원이나 피씨방 갔다가도 간식 먹으러 올 정도예요.” 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시골 부모들은 먹고사는 일에 종일 매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학교는 어정쩡한 시간에 끝나버리니 그 후 갈 데 없는 아이들이 문제다. 책보따리 도서관이 주로 초등생 저학년들의 방과후교실이자 돌봄 공간으로 쓰이게 된 데는 이런 환경 탓이 크다. 부모가 집에 데리고 갈 때까지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며 놀 곳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할까.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도서관이 장날 시장통처럼 바글거리는 순간이 와요. 악양면 초등학생 수가 84명인데 대부분이 도서관엘 오거든요. 그러다 보니 엄마들은 어떻게든 도우려고 하죠. 액수는 많지 않지만 후원금도 꾸준히 들어오고요. 또 다문화 이주민 엄마들이 전에는 휴대폰으로 아이만 살짝 불러냈는데, 요즘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와 인사를 하세요. 그렇게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저는 참 기쁘더라고요.”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eum@jirisaneum.net 남원시 천왕봉로 700 | 063-635-9484 수신거부 Unsubscribe |
지리산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는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