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그러니까 코로나가 아직 득세하기 전의 일이다. 카페빈둥의 월요일은 유난히 수다스럽고 명랑했다. 오전에는 커피콩을 고르고 볶아서 내려 마시는 ‘드립커피’ 강좌가, 오후에는 안 쓰는 천을 자르고 엮어 생활소품을 만드는 ‘직조’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또 목요일 저녁이면 예닐곱 명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따로/같이’ 카혼을 두드리며 몸을 흔드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여기 카페 맞나요?’라고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8년간 빈둥을 좀 드나든 이라면 이제 알 만큼 안다. 빈둥은 카페이면서 동시에 공방도, 음악실도, 때로는 영화관이나 책방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빈둥, ‘다른 삶’의 메타포
함양읍 동문네거리 인근에 카페빈둥이 문을 연 것은 2012년 10월. 그때만 해도 읍내에 카페가 많지 않았고, 프랜차이즈 아닌 주인의 취향과 특색이 드러나는 곳은 더더욱 드물었기에 금세 입소문이 났다. 심지어 카페 이름이 ‘빈둥’이라니,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거 말고 다르게 살아보자, 그게 가장 컸어요. 내 인생, 내 시간을 나 중심으로 살아가고 싶었고, 그러기엔 시골이 나을 것 같아 내려왔죠. 그때 한창 작고 느슨한 것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했어요. 시골 마을의 학교랄지 텃밭농사 같은. 아담한 공간에서 작은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픈 마음도 있었고요.”
처음 5년간 빈둥의 ‘마담’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은진(45)의 옆지기이자, 재작년부터 현재까지 일명 ‘빈둥 시즌2’를 주도하고 있는 김찬두(51) 씨의 말이다. 도시에 살 때 주로 비영리 공공문화예술조직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해온 그는 “빈둥대는 시간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며 재미난 일로 연결”될 가능성을 믿는다. 말하자면 카페빈둥은 그런 가능성이 개인의 삶에서, 나아가 마을 공동체 안에서 피어나도록 다양한 일들을 실험해보는 공간이라 할까. 이런 점에서 생각이 일치했던 부부는 빈둥에서 크고 작은 문화공연이며 영화제며 장터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뭔가 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었다.
“빈둥은 서류상으로는 개인사업체지만 운영은 빈둥협동조합이 해왔어요. 작년부터는 조합원 아닌 사람도 카페 매니저로 참여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베이킹을 하는 사람은 여기서 자기가 만든 빵이나 쿠키를 팔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를 갖는 거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 근무하면서 낭독 모임을 하거나 달마다 주제를 정해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