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무서운 산악열차와 더 무서운 특별법
최근 하동의 어느 골짜기에서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찾는 이들이 모여 ‘지리산 게더링’이라는 이름으로 몇 차례 워크숍과 캠프가 진행됐다. 이 ‘지리산 게더링’은 일회용품과 화석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순환 가능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캠프를 추구한다. 그곳을 함께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길, ‘그곳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이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다.’고 했고, ‘생태적이고 평등한 그곳의 문화가 불편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즐겁고 당연할 수 있구나.’를 배웠다고 했다.
한 편, 최근 하동군은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는 후손들이 100년, 200년 먹고살 수 있도록 스위스의 융프라우 산악열차처럼 지리산에도 산악열차를 운행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산악열차와 모노레일, 관광호텔을 비롯한 문화시설과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1,650억에 달한다. 이보다 먼저 남원에서도 지리산 산악열차를 추진하려다 8년 동안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실패했고,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 함양, 남원, 산청에서는 서로 앞다투어 모노레일,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같은 지리산을 두고, 어떤 이들은 ‘어머니의 산, 지리산을 그대로!’를 외치고, 어떤 이들은 ‘알프스보다 멋진 지리산, 산악열차 만들어 1000만 명 오는 세계적 명소 만들자!’ 하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지리산 앞에서도 끊임없이 개발, 성장으로의 상상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다행이라 하기는 뭣하지만, 지리산 권역의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모여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를 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하동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