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가운데 ‘돌밭’이 있었다. 8백 평이나 되는 제법 너른 논밭이었지만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자투리땅일지언정 ‘노는’ 꼴을 못 보는 할머니들마저 그곳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곤 했다. “거기는 안돼야. 함부러 시작도 말라깨잉.”
올해 봄, 젊은이들 몇이 문제의 그 논밭에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돌을 골라내더니 땅도 갈지 않은 채 씨앗을 휘휘 뿌려댔다. 지난 6월엔 마른 논에 작대기로 구멍을 뚫어가며 2주에 걸쳐 모내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인가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인디언 천막집을 짓고 생태화장실을 만들었다. 이 모두가 <자연스레-자연농>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구례 산정마을에서 공동농사를 짓고 있는 세 사람, 블루 · 동현 · 수수가 ‘함부러’ 벌인 일들이다.
“자연농의 창시자로 알려진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일물일사(一物一事)’, 즉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에게도 고유의 역할이 있고, 그것들이 각각 자기 역할을 하면서 공생할 때 전체 균형이 유지된다고 보았어요. 반면에 관행농은 자기가 키우려는 작물 외에는 다 제거 대상으로 보고 없애려 하죠. 기후위기 역시 인간을 중심에 놓고 다른 것들은 배제한 결과가 아닐까요? 저는 생태환경이 무너진 지금이야말로 자연농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