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포스터도 붙이고, 각 마을 이장님들과 면사무소에도 도움을 청했다. 청년회, 농민회에서는 차량 운행을 도왔고, 동네 사람들이 떡국도 끓였다. 어르신들을 위한 간식과 선물도 준비했다. 이름하여 ‘산내겨울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첫해 준비한 작품은 <춘향전>이었다. 네 번에 걸쳐 이어지는 마당극에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차력쇼도 선보이고, 트로트 노래도 불렀다. 말 그대로 온 동네가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았다.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반응도 상상 이상이었다.
“첫 공연이 정말 대박 났어요. 우리가 너무 열심히 하니까 그 진심이 느껴졌는지 첫 공연에 20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오신 거예요. 할머니들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춘향전은 다 아는 이야기잖아요. 뻔한 스토리인데도 첫 공연 끝나고 나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웃음) 처음에 다들 회비 내고 시작했는데, 첫 공연 끝나고 후원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다음 해 준비하는 게 엄청 신이 났죠. 그 후로 매년 겨울 공연을 목표로 두고, 각자 할 일 하다가 겨울에 모여서 공연을 했죠.”
놀이마당에 참여한 단원들은 모두 산내 주민들이었다. 한동네에 산다고는 하지만, 연습 두 달 만에 한 편의 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단원들 대부분은 생전 연극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네 번의 공연이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배우 일정이 안 맞아서 어떤 역할은 도중에 배우가 바뀌고, 부끄러워서 그만두는 배우도 있었고. 난리도 아니었죠. 한마디로 대책 없이 시작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