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라는 직업인

[2023.03.09] 지리산에서 온 편지

2023. 3. 9.

🍀 '농부'라는 직업인

노란 꽃을 목격했을 때 '개나리인가?'하면 레벨1, '산수유일까?'하면 레벨2, 그리고 생강나무꽃의 존재를 알면 레벨3라고 합니다. ...널리 퍼져 있는 말을 아니고 사실 제가 지금 정했습니다. (사진은 생강나무꽃! 곧 필 것 같아요.)

산내는 지리산의 북쪽에 있어서 사실 겨울이 빨리 오고 느리게 물러나는 곳이라 봄꽃 소식도 늦은 편인데요, 그런 산내의 마른 나뭇가지들에도 하나 둘 꽃봉오리가 열리고 있습니다. 들썩 앞 화단의 튤립도 빼꼼이 새싹을 내밀었고, 수선화도 양지 바른 곳에서는 꽃을 피웠어요. 봄은 어느새 이렇게나 성큼 다가왔네요.

꽃 소식뿐만 아니라... 산책을 하다 보면 콧속으로 자비 없이 스며 드는 거름 냄새로 봄을 짐작합니다. 오늘은 지리산의 자랑스러운 농부님들을 소개시켜 드릴게요!

From. 지리산이음 활동가 누리

오늘의 목차

[남원] 자연농, 해보지 않고서야 – 남원시 산내면 산내농장 서석곤

　 📝 절기따라 자연스레 흘러가는 서석곤 농부의 농사기록

[산청] 잘 하고 싶고,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 산청군 신안면 이종혁
　📝 농부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농민회! 이종혁 농부의 농사기록

[산청X함양] 산아래와 연꽃의 도란도란 나누는 삶 - 산아래연꽃의 흙살림터 이은화, 이재철 농부

　📝 전업농 6년차, 공부하듯 농사 짓는 이은화 농부의 농사기록

[하동] 귀양 아닌 귀향으로 오늘을 산다 – 하동군 악양면 왕규식

　📝 가지치기를 마친 나무처럼 담백한 왕규식 농부의 농사기록

[하동] 정직하고 바른 먹거리, 정성껏 담아 고운님들께 전합니다. – 하동군 금남면 고지민 농부

　📝 긍정의 기운을 담은 표고버섯? 고지민 농부의 농사기록

[함양] 하고 싶지 않아도 매일 해야 하는 질문 – 함양군 서하면 마용운

　📝 기후위기와 사과 농사의 상관관계, 마용운 농부의 농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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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밭생활백과

논밭생활백과는 땅과 사람을 잇는 농사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각종 농사 정보를 정리하고, 인터뷰를 통해 농부들의 일과 삶이 담긴 이야기를 알리고, 농부들의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우리가 먹는 쌀, 채소, 과일은 어디서 올까요? 초등학교 급식 시간에나 들었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농촌에 살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농부님들'이 밥 한 톨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으라는 이야기에만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지리산권 5개시군 중 총 가구 대비 농업가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산청군(36.4%), 가장 낮은 곳은 남원시(23.3%)입니다. (전국 평균은 5%입니다) 지리산권에 거주하는 3~4 가구 중 1가구는 농업을 주된 생계수단 중 하나로 삼고 있어요. 하지만 저 사람이 게임의 NPC나 등장인물이 아닌, 살아있는 이웃임을 실감하게 만드는 건 이런 숫자들보다도 역시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지리산권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빠짐없이 전해보고 싶었어요."

2021년에 <논밭생활백과>를 처음 시작하면서 보냈던 뉴스레터를 다시 펼쳐 보았어요!

인터뷰와 농사 정보 (작물이나 농기구 같은 것)에 방점을 두고 시작했던 논밭생활백과의 현재 주력사업(!)은 농부님들이 한 주 한 주의 농사 기록을 잘 남기고 공유해주십사 하고 지원하는 일이랍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했으니까, 올해 상반기까지 하면 1년의 농사 기록이 완성되겠지요.

올해 함께해주실 여섯 분의 농부님들을 소개합니다. 인터뷰로 시작해서 농사기록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답니다. 나란히 보시면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가져와 봤어요 🤗

"다품종소량이 좋아요. 좋은데, 좋아 보이는데 굉장히 어려워요. 하다못해 택배를 보낼 때도 고사리, 보리, 무, 땅콩 박스가 다 달라요. 우리 집 창고에는 각종 농산물 상자로 가득 차 있어요. 어찌 보면 굉장한 낭비거든요 감자를 대량으로 하면 한 번에 내보내면 끝나니까 편하고 돈도 되지요. 우리는 할 때마다 새로 만들어야 되고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는 부적합이죠. 이익도 남기기 어려운 구조고요."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글로 자연농을 배웠다가 실패한 초보농부
- 사당역을 지날 때마다 귀농, 귀촌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도시인

💬 인터뷰 읽기

📝 농사기록 읽기

"농민회 일을 할 때는 그런 얘기 자주 하셨어요. ‘네가 왜 거기 가서 벌금 받는 일을 하느냐’고. 당시에는 시위에 나가서 벌금을 받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 제 앞에서는 얘기 안 하시는데 다른데 가서는 쌀 수매가가 오르거나 쌀 수매량이 추가 되었다고 하면 ‘저거 우리 아들 있는 데서 뭐 해가지고 올라갔다.’ 이렇게 얘기하셨대요."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농사짓고 싶지만 기반이 없고, 귀농은 했지만 말벗을 찾지 못해 답답하고 힘든 청년
- 신박한 농업 지원정책을 고민하는 정부와 지역자치단체 농정담당 공무원

💬 인터뷰 읽기

📝 농사기록 읽기

"곶감은 유황훈증을 하지 않고 ‘자연건조’합니다. 그래서 곶감 색깔이 일률적이지 않아요. 유황훈증이나 주정 살포 없이 자연건조하기 때문에 곶감을 거는 간격도 넓히죠. 건조과정에서 통풍이 잘 안되면 곰팡이가 쉽게 필 수 있거든요. 많이 말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말리는 게 중요하죠. 농산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든가 판매하는 방식이 모두 우리의 농사법(농사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과 연결되어 있어요."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내가 정말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10년 동안 고민(만)하는 예비귀농인
- 생생한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지리산권 농촌, 농업 정책관계자

💬 인터뷰 읽기

📝 농사기록 읽기

"동네에서 서울로 같이 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20대 귀향해서 농사를 짓고 있었어요. 제가 내려오기 전에 친구들이 농민대회 한다고 서울에 왔어요. 술 한잔하면서 “내가 고향 가면 뭘 할 수 있겠냐?”했더니 친구들이 “네가 농사지으면 얼마나 지을 수 있겠냐, 농사는 40년, 50년 지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네가 잘 할 수 있는 거 해라.” 하는 거예요. “그래? 그럼 너희가 필요한 건 뭔데? 네가 생각하는 내가 잘하는 게 뭔데?” 했더니 “유통을 해라. 우리는 판매망이 꼭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 생각해볼게.”하고 조사를 해보니 일반적으로 농산물을 유통하는 건 상회를 차려서 가락시장이나 경매시장에 물건을 내보는 거예요. 농부들에게 그게 제일 도움이 되는 거일지도 몰라요. 농협에서 하는 게 그런 일이잖아요. 수매해서."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50대 이후에도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중년
-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어볼까 고민하는 중년의 귀농, 귀촌 희망자

💬 인터뷰 읽기

📝 농사기록 읽기

"저는 예초기를 굉장히 무서워했어요. 2017년에 처음 제가 예초기로 풀을 벴어요. 우리 땅은 논이어서 내가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겁도 나고 한번 돌리고 나면 젓가락도 못 들었어요. 위험하다고 걱정하면서도 수확은 해야겠고, 낫으로는 도저히 못 베겠고 방법이 없었어요. 제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그때부터 풀은 제가 다 벴죠."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시골에서 농부로 살아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예비농부
-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가 필요한 누구나

💬 인터뷰 읽기

📝 농사기록 읽기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가 한 연구에 의하면 저희 규모의 사과밭은 1년에 1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해요.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6톤이거든요. 제가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 7.4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니 농부로서 좀 뿌듯한 일이죠.

이제는 사과밭의 땅이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전에는 겨울에 가지치기하면서 잘라난 나뭇가지들을 이웃에 난방용 땔감으로 드렸는데, 몇 년 전부터는 대부분의 나뭇가지를 밭에서 파쇄해서 땅에 돌려주고 있어요. 또 저는 가능하면 풀을 많이 키우는 편이에요. 주변 농가들은 풀을 자주 깎아 짧게 유지하는데, 저는 풀을 좀 키웠다가 깎는 편이니까 그 동안 풀들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풀을 한 번이라도 덜 깎으면 제초용 농기계 사용이 줄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도 있겠죠."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기후위기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궁금한 누구나
- 사과농사를 지어보고 싶지만 사과농사의 미래가 걱정되는 예비 농부

💬 인터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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