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을 만드는 데까지가 저희의 역할인데, 완성할 때까지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살린다’는 저도 좋아하는 단어예요. 건축주를 위해서도 있지만 저 자신을 위해 일하는 거예요. 또 일하는 사람도 살 수 있잖아요. 동료들이 일하고, 비용 받은 걸로 가족들도 생활하고. 지금도 대여섯 가정이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세련되게 포장된 물건을 놓고 이것저것 비교하며 ‘스마트’하게 고르는 시대에, 집을 짓는다는 건, 말만 건축주일 뿐, 한 인간으로서 무력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과정이다. 수도꼭지를 틀면 콸콸 나오는 물이 어디에서 흘러 들어오는지 아는가. 그 물이 어떻게 생긴 관을 통해 오는지 본 적 있는가. 그 관을 누가 땅속에 묻는지 생각한 적이 있는가. 대자연 앞에서 보잘것없는 인간이 쉴 수 있는 최소단위가 ‘집’이라면, 그 집을 짓는 사람이 바로 ‘목수’다. 비로소 완성된 집에 건축주가 안착하면, 집을 살린 목수는 다음 현장으로 떠난다.